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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사스에는 이런 것도 있다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랜드캐년에 들렸을 때 매표소가 비어있었다.  당시 정부폐쇄 기간이라서  매표소를 닫았는데, ‘어 이번에는 공짜네…’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1995년과 1996년 당시 하원의장인 뉴트 깅그리치가  제안한 메디케어, 교육 및 환경에 대한 정부예산삭감을  당시클린턴대통령이 비토하면서,   결국  정부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벌어진  때 마침 우리 가족이 그랜드캐년을 들렀던 것이었다. 

최근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공화당 주도로 정부지출상한선을 올리는 것과 오바마케어 예산삭감 (디펀드)을 연계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폐쇄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이 연계법안이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정부 지출 상한선을 늘려주지 않으면 연방정부 기능을 폐쇄(라기보다는 대폭 축소) 해야 하는데, 이것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에 더 부담이 큰 선택이다. 

더구나, 오바마케어를 위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현재 책정되어 있는 오바마케어를 위한 예산은 ‘네비게이터’ 훈련 그랜트, 건강보험조합 결성을 위한 그랜트 등 오바마케어 총기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동이 속 물 한방울’이기 때문이다.  그 기금은  메디케어 택스를 인상하고, 고소득자에게 새로운 택스를 물리고, 건강보험업자에게 부과하는 라이선스비용, 브랜드약 제조사와 수입자에게 물리는 특별세금 등으로 조성한다.  오바마케어를 디펀드하라는 것은, 아직 채워지지도 않은 기금을 삭감하자는 것과 같다.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1) 저소득층에게 메디케이드를 확대하고 (2) 중간 소득층에게 할인 건강보험을 제공해서 전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큰 그림만 보면, 지난번 공화당 대통령후보였던 미트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였을 때 시행했던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케어에  17개주와 워싱턴디시 만 참여하고 공화당 주지사가 주도하는 주에서는 대부분 오바마케어를 거부했다. 또  특별등록기간이 시작되는 10월1일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택사스 출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같은 당 동료의원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그야말로 ‘동귀어진’ 도 불사할 기세이고. 

오바마케어에 대해 이렇게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단지 당적이 다르다는 것만은 아니다.  항상 표를 의식해야하는 정치인들이 대통령과 오바마케어법에 대한 자신의 감정으로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짜 이유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간의  갈등과 긴장이라는 역사적 요인과  오바마케어를 시행했을 때 주정부가 감당해야하는 돈이 부담스러울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연방정부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는 전국적으로 같은 시스템이어서  어느 주에 살든지 보험료나 혜택이 동일하다. 그러나 메디케이드는 주정부 프로그램이므로, 주정부에 따라서 가입자격이나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이번 오바마케어의 핵심인  메디케이드 확대를 수용하는지  혹은 거부할 것인지도  주정부 재량다.  이것은 대법원의 판단과 같아서, 택사스 같은 주가 메디케이드 확대(실제로는 오바마케어)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표면적으로는 독립초기부터 있어왔던 갈등 및 긴장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연방은행설립을 둘러싼 공화파와 연방파의 대립과 노예제도 존속을 둘러싼 갈등 등 그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대부분 문제를 덮어두는 것이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곯고 곯아서 결국에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퍼슨 대통령 당시 부통령이었던 버가 워싱턴 대통령 재임시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연방은행설립을 적극 추진한 해밀턴을 결투를 통해서 살해한 것이 개인적인 레벨에서 해결방식이었다면, 남북전쟁은 노예제도 (혹은 남과 북의 경제적 불평등)를 끝장 낸 거대구조적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종종 새로운 문제의 단초가 되니까, 인류 문명이 지속되는 한 완전한 해결책 (ultimate solution)을 바라기는 어렵겠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두가지이다. 연방정부는 년수입이 연방빈곤선 100% 이하면 메디케이드를 제공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과  가입조건도 주정부에서 정한다.  

지난 주, 뉴트 깅그리치 (앞에 언급한 같은 사람으로 조지타운 정치학 교수 출신)가 사회를 보는 CNN의 크로스파이어 (Crossfire)에 메릴랜드 주지사인 오말리와 택사스 주지사인 페리가 대면을 해서 서로 자기네 주로 이사오라고 자랑을 했다.  전자는 차차기대통령 후보를 꿈꾸는 민주당 중진이고, 페리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을 했지만 여전히 공화당의 맹주라고 할만한 거물.  이런 개인적인 배경이 없더라도, 메디케이드에 관한 한 메릴랜드와 택사스는 극과 극인 대척점에 있다.

메디케이드를 보면, 메릴랜드는 영주권자 이상이고 년수입이 연방빈곤선 117% 이하면 까다롭지 굴지 않고 혜택을 준다.  택사스는 년수입이 100% 미만이고 자녀가 있는 경우, 아이들에게만 준다. 자녀가 없는 어른은 확연한 신체장애가 있지 않는 한 수입이 작다고  메디케이드를 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면, 연방정부 기준에서 보면 당연히 메디케이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주정부 기준으로 보면 안되는 것이다.  수입으로 환산했을 경우, 택사스는 성인의 경우 년수입이 연방빈곤선 48%미만이 되어야 메디케이드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가난’과 ‘건강’에 대한 시각과 해결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가난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반면 공화당은 개인의 능력과 의지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큰 정부) 어려운 이웃을 돕자’라는 것이고, 공화당은 ‘세금은 작을수록 좋고 (작은 정부) 사지육신 멀쩡하면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나가서 벌어라’ 정도로 아주 러프하게 그 해결방식을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철학을 반영하듯이 메릴랜드는 높은 주소득세 (state income tax)를 부과하지만, 택사스는 주소득세가 없다.   [없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메디케이드 확대 를 하는 전제조건은 연방빈곤선 100%까지는 무조건 메디케이드 혜택을 주라는 것다.  받아들이면, 연방정부는 그 확대부분 (연방 빈곤선 101%-138%)에 대한 비용에 대해 첫 3년은 100%, 그 이후는 90%를 부담한다.    이미 연방빈곤선 100%나 그 이상에 대해서 혜택을 주고 있는 주에서는 별다른 부담없이 주민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으니까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메릴랜드나 캘리포니아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연방빈곤선 100%보다 훨씬 낮은 선에서만 메디케이드 혜택을 주는 주에서는 두가지 딜렘마가 있다.  단지 수입이 작다는 이유로 세금을 걷어서 메디케이드 혜택을 주는 것은 ‘공화당 철학’에 어울리지 않는다.  소설에서야 그렇더라도  뭘 잘못한게 없어도 실제로 로빈후드나 홍길동을 현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처럼….  그리고 현실적으로 100%까지 채워주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정부가 메디케이드 확대를 거부하면, 연방정부는 ‘네,  그러세요’ 하고 그럴까?  그렇지 않다.   연방정부는메디케이드에 대한 연방의료보조율 (Federal medical assistance percentages -FMAP) 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지니고 있다.  각 주와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연방정부는 각 주정부가 운영하는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최소 50%에서 최대 74%까지 재정지원을 하고  아동보험인 CHIP에 대한 지원은 더 많다. 

오바마케어를 거부한다고 해도, 당장 내년부터 이 지원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여전히 주정부를 압박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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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직장에서 제공하는 그룹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이나 일정 규모가 되면 직원과 그 가족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다. 직장에서 제공한다는 의미는 건강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직장에서 부담한다는 뜻인데, 이 회사부담분이 점점 적어지고 반면 직원부담분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보험료가 자꾸 오르고 경기가 전만 못하니 그러겠지만. 

내가 약 25년전 처음 취직한 직장에서는 시그나 (CIGNA)에 가입하도록 했고,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주었다. 우리는 병원에 갈 때마다 (혹은 약을 탈 때마다) 5불만 내면 되었고. 내가 대학시절 운동을 하다 왼쪽 무릅을 크게 다쳤는데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가끔 헛빠지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젊어서 그랬는지 별 불편없이 살았드랬다. 군대에 가서 당연히 행군 및 구보도 했고. 미국에 와서는 골프를 쳤는데 언제부턴가 골프를 치고온 날 저녁에는 무릅에 통증이 심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니전방십자인대 (흔히 ACL - anterior cruciate ligament - 라고 함)가 절단되었다고 하면서 당장 복원수술을 하자고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절단된지도 모르고 이십년을 살은 것이었다. 아뭏든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 복원수술을 받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청구되었지만 내가 부담한 것은 전혀 없었다.

세월이 흘러서 현재 직장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은 블루크로스-블부 쉴즈이다. 회사에서도 많이 내 주지만, 내가 부담하는 보험료도 상당하다. 다행히 디덕터불은 없지만, 처방약을 탈 때마다 20-30불을 내야 하고, 병원에라도 입원하면 총비용 중 약 20%를 내야 하니 그 비용이 상당하다. 건강보험 수혜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시절은 다 갔지만, 현재 여러가지 플랜과 비교하면 그래도 내가 가진 것은 가장 좋은 플랜 중 하나인 것에 위안을 삼는다.

아직까지도 대부분 대기업이나 수익구조가 탄탄한 기업은 직원과 가족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또 보험료의 상당부분을 부담해 주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회사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직원에게 주는 베네핏으로 세금공제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회계년도가 끝나는 몇 달 뒤 혹은 1년 후니까 언제든지 현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매달 지불해야 하는 건강보험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경기가 나빠지면 더욱 더 현금이 필요하겠고. 

2012년에 직장에서 후원하는 년간 건강보험료 평균은 가족이 있는 경우 15,745불이었고 개인인 경우5,615불이었다. 이중 근로자가 부담한 몫은 각각 4,316불, 951불이었다. 즉 가족이 있는 경우 회사는 근로자 1인당 1만 1천불 이상, 개인인 경우 4천7백불 가량을 부담한 것이다. 2011년 기준 근로자 연평균 급여가 4만3천불 가량이니까, 여기에 회사가 부담하는 사회보장세금, 메디케어세금을 합하면 회사가 부담하는 베네핏비용이 자칫하면 배보다 큰 배꼽이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근로자의 약 3분의 2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한인 근로자의 3분의 2는 가족 중심의 자영업이나 초소기업(풀타임 기준 근로자 50인 미만)에서 일하고 있다. 이 초소기업에서 그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고 또 회사가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다.  그래서 아예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거나, 그룹이 아니라 개인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보험료의 일정액을 보조하는 방법을 쓴다. 보통 그룹보험료가 개인보험료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개인보험을 들면 젊을수록 보험료가 낮지만 나이가 들면 엄청 비싸진다.)

예를 들어 블루크로스-블루쉴즈의 경우 40세 여성이고 본인부담율이 20%인 경우, 매달 보험료가 300불 미만이지만 같은 사람이 그룹보험에 가입하면 최소 8-9백불을 내야한다. 즉 회사입장에서 보면, 일정액 (약 2천불 가량 - 시간당 1불 꼴)을 보조해주고 나머지는 직원 페이첵에서 공제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회사에서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에는 다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직원은 개인으로 보험에 가입하니까 이제는 보험가입이 선택사항이 되는데 보험에 들지 않으면 공제도 않고  보조금은 받아서 쓸수 있으니까 아주 좋은 선택이 된다. 아프지만 않으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아주 젊을 때는 회사에서 보조해주는 금액으로 보험료를 충당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본인 부담액이 늘어나니까 정작 필요한 나이가 되면 보험커버리지를 줄이거나, 진료비 할인 프로그램같은 유사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하는 경우 그 할인이 보잘 것이 없고, 또 할인카드를 받아주는 병원이나 클리닉이 많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건강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다. 직원을 고용할 때 따라야할 여러 규정이 있지만, 앞서 말 했다시피 미국에서는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건강보험을 주선해줄 의무가 없다. 그러나 케어법에 따르면, 앞으로 50인 이상 고용한 회사에서는 내년부터 건강보험을 주선해주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심한 반발에 부딪치자 1년을 연기해서 2015년부터 시행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오바마케어는 자영업자나 초소기업에 고용되어서 건강 보험료가 부담이 되는 종업원에게 큰 부담없이 건강보험에 들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가구 연수입에 따라 건강관리비용 (보험료, 공동부담, 본인부담 등) 비율이 달라지지만 그 비율이 조정소득의 2%-8%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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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대박사

    아리조나대 사회학 박사 
    코리안리소스센터 대표
    미주한인을 위한 만성질환관리시스템개발 책임연구원
    메릴랜드주 헬스커넥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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