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 구루무

07/0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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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란 나는 읍내 장에 따라가는 것이 큰 행사였다.  악극단(이래야 두서너명이)이 북치고 손풍금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큰 재미였었다. 나중에야 알은 것이지만 이들이 동동구루무를 파는 요새말로 프로모터였었다.

60년대 중반 서울에 올라와서  학교 등교길 공터에서 자주 본 것이 차력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여러가지를 했지만, 배 위에 벽돌을 쌓아 놓고 오함마를 휘둘러 깨는데 밑에 있는 사람은 멀쩡하거나, 힘을 준 차력사를 몽둥이로 후려치면 몽둥이가 부러져나가는 것들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 사람들 역시 정력제를 집중적으로 팔았는데 그 때 나는 그런약이 필요하지 않을 어린아이였고...  차력이 눈속임이고 정력제라는 것은 그냥 밀가루 반죽에 다름아니였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요새는, 오죽하면 (살신성인이 아니라) 자해를 해가면서까지 사이비약을 팔아야 할 만큼 그 시절을 사는 것이 내 어머님이 말씀하셨듯이 "악물스러웠으면"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한국에 "약장사"가 있다면 서양에서는 뱀기름 (snake oil)장사가 있다. 이들은 워낙 말빨이 좋아서, 논리나 합리적인 설득이 보다는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침소봉대나 개인경험의 일반화 ("내가 산 증이이요!")등 온갖 구두신공을 전개한다.

요즘 내가 사는 지역에 극성스럽게 약
광고 중 하나를 보면...
"당뇨는 고쳐지는 병입니다!" "정말 자신있습니다!" "100% 환불 보증" "천연 인슐린 덩어리" "식물성천연인슐린성분 4배농축함유제품" 등등을 주장하면서 여주 (bitter melon) 농축액을 선전한다. 거기에다가 이 제품이 FDA (미 식품의약국) <등록-허가가 아니다> 되었다고 자랑하면....당뇨가 있는 사람이나 우려가 있는 사람들은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최근 섭생이 좋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당뇨 유병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당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당뇨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고 특히 당뇨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기술은 많이 모자라는 듯하다. 이는 미주 한인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통되는 현상인데, 이 관심과 우려 틈새를 비집고 "약장사"들이 활개를 친다.

사실 여주 (bitter melon이 여주라는 것도 이 광고를 보고 알았다)는 당뇨약이 개발되기 전, 민간요법으로 사용이 되었고 [동의보감에는 당연히 언급이 없다], 많지는 않지만 여주의 효과에 대한 임상실험도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선삼의 항암효과가 동물실험단계에서 멈춘 것이 비하면, 학계에서나 제약회사도 여주의 효과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깐!

여주가 천연인슐린 덩어리이고 효과가 있다면, 전세계에서 수천억달러를 주무르는 제약회사들(잔슨 앤 잔슨, 파이자, 로쉬, 노바티스....)이 왜 손대지 않았을까? 바이아그라에서 보듯이, 이런 블락버스터를 하나만 개발해도 제약회사 랭킹이 몇 단계씩 올라가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몇 백억달러이고) 또 요즘 오르가닉 제품이 각광을 받는데, 이런 "당뇨를 고쳐주는" 영약을 외면할리가 없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어떤 제약회사도 여주추출 성분을 기반으로 당뇨약을 제조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히 기존의 약품에 비해서 효과가 떨어지고 그 부작용 (side-effects)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천연식물이어서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광대버섯을 한 번 드셔보시라고 권한다.

당뇨약을 먹기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에게서 (한의사가 아니다) 정확히 진단을 받는 것이다.
당뇨스트립이나 소변검사도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당수치이기 때문에 요새는 혈액검사 중 당화혈색소 (헤모글로빈 A1c) 검사를 당뇨진단에 쓴다. 가족력이 있거나 A1c가 6.0%가 넘으면 3개월 마다 재검을 하게 하는데, 이때는
운동요법과 식이요법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6.5-7.0% 범위에 들면 진행 경과를 살펴본 후 약물요법을 병행할 수 있다. 이 때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등 다른 위험요소를 고려한다. 수치가 높다고 당뇨약을 막 처방하지는 않는는데, 그 이유는 전기/초기 진행과정에서는 운동요법과 식이요법만으로도 1.0-2.0%는 낮추면서 정상범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훌륭한 의료시스템이 있는데, 어설픈 자가 진단이나 약장사가 내린 처방을 따르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매우 어리석은 일이고 길게 보아 본인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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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대박사

    아리조나대 사회학 박사 
    코리안리소스센터 대표
    미주한인을 위한 만성질환관리시스템개발 책임연구원
    메릴랜드주 헬스커넥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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